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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을 마치고, 삶디 작은 무대 '어서옵쑈'에 앉아 외쳤어요. "헬로, 삶디!"
기쁨의 정원에
여러분 품 속 작은 씨앗 두고 가셨지요. 이 곳을 오가는 이들이 잘 가꾸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담백하고 달달한 말씀, 쓰고 매운 말씀 모두 잊지 않을게요. 삶디센터 대문 열어젖힌지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오늘, 십이월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식물인간 취급받았던 십대들이 보란듯이 어른들과 세상에 호령했지요. 세상과 어른들의 알몸이 온 하늘과 땅에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가릴 수 없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518 민주광장에서 여고생이 그러대요. "시험이 코 앞인데요, 할 말 있어서 나왔습니다. 까짓거 시험도 잘 보면 되죠!" 할 일도 하고, 할 말도 하는 십대. 그들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명하고 강합니다. 어리지도 어리석지도 않습니다. 이들이 곧 삶디를 접수하겠지요.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아, 그리고 며칠 전, 예순 둘, 승미 씨가 눈을 반짝이며 아침 일찍 찾아오셨어요. "제가 중학생일 때, 그러니까 1967년이죠. 그 때 이 곳이 생겼어요. 얼마나 열심히 여기를 다녔다고요. 지난 3년동안 쓰레기 무덤이었던 여기를 지나칠 때마다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지금은 여성장애인들 상담하고 있어요. 저 여기 있어도 되나요? 아까 저 아래 피아노도 쳐봤어요. '그네'라고 제일 좋아하는 동요. 세모시 옥색치마아~ 그런데 진짜 앉아있어도 될까아." 2층 공유책상에 앉아서 책상을 쓰다듬으며 고운 주름, 함박 웃으시던 승미 씨. 이렇듯 한 분 두 분, 많지는 않아도 두 눈 크게, 콧구멍 벌름거리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참 반갑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청소년삶디자인센터지만, '청소년'의 공간만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아니되어요. 여기는 청소년이 '애들'이 아닌 시민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공간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하는 곳이어야겠지요. 삶디는 하나의 마을을 꿈꿔요. 1세부터 100세까지, 나와 남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드글거리는 곳. 쓰고 버리고 없애는 곳이 아닌 만들고 나누고 아끼고 되살리는 곳. 긍께, 한마디로. 쉬고 싶고 뭐든 생각하고 싶을 땐, 오시라아- 이 말입니다. 지난 개관주간 3일동안 뵈었던 분들과 곳곳에서 축하와 덕담해주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뵐 분들께 정말 고맙고 오래 뵙고 싶단 말씀 정중히 올려요. 또한, 3일 동안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전합니다. 내 얼굴은 어디있나, 궁금하시면 삶디 페북 사진첩에도 놀러오세요. (아래 클릭!)
그리고, 모두의 셀카. 함께 잘 살아보자는 우리의 마음을 각자의 기억장치에 저장했고요.
삶디 개관주간,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만나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참 많이 고민했지요.
[첫날-런치토크 / 10대에게 방과후 시간이 주어진다면 @3층 프로젝트룸] 의정부 꿈이룸학교 서우철 교장(동네 장학사로도 불리는)의 학교 이야기. 이 날 우리는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 청소년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엔 절절히 공감했으나,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까지 이야기하지는 못했네요. 십대, 부모, 교사 등등 따로 깊이 만나 대안과 실천을 위한 이야기를 하나쓱 나눠야겠습니다, 삶디에서 꾸준히. 스스로 배움을 위한 얼개를 짤 수 있도록.
PS. 삶디 벼리(벼리는 삶디 스태프를 부르는 별칭입니다) 중 '모두의 부엌' 지기인 모글이 몇날며칠 밤잠 설치며 연구해 만든 건강도시락도 런치토크의 백미! 간은 심심할지언정, 맛은 삼삼했을 거예요.
[첫날 - 詩와 물레 / 하자작업장학교 '목화학교' 친구들 @어서옵쑈]
명주실을 잣는 청년. 조용히 자리를 깔고, 고요히 목화솜을 매만지고 물레를 돌리고 천을 짜는, 그리고 시를 읊는 십대들을 만났습니다. 아주 오래된, 그러나 새롭게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밥 짓고, 옷 짓고, 집 짓고, 시도 짓고. 지어야 살 수 있었던 우리의 오래된 본능이 꿈틀대던 순간.
[첫날 - 경험으로 말한다, 오디세이학교 / 오디세이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 래미학교 친구들, 이민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5층 랄랄라홀]
전환학년제, Gap Year, 자유학년제 등. 혹시 들어보셨나요. 서울에 있는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학교 밖 학교입니다. 입시공부가 아닌 자신과 세상을 둘러보는 1년, 쉬면서 배우는 1년.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닌 것으로 인정받는답니다. 또한 일반과목도 배웁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장점을 추렸다고도 볼 수 있는 제도인데,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등에서 하고 있어요. 2박 3일 현장학습으로 광주에 와서 이곳 대안학교인 래미학교 친구들과 망월동, 금남로, 비엔날레도 누비고 삶디에 왔답니다. 오디세이학교 친구가 직접 쓴 여행기를 보고 싶으시믄, 그리고 오디세이학교 홈페이지에도 가보고 싶다면 여기 꾹.
오디세이학교 두부가 쓴 여행기
[첫날밤 - 전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나가야할까? @5층 랄랄라홀]
우아, 제목이 거창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몸과 마음으로 압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나도 이제 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 그러나 용기없는 자는 쉬이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에서 청소년, 청년, 선생과 부모로 살고 있는 네 분을 모셔 '나는 이럴 때 난감하다'라는 고백을 들었어요. 아, 그런데 시간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양한 분들이 마이 모이셨거든요. 그리고 삶디의 '같이 고민'은 계속 됩니다. 밥도 항꾼에 묵어야 맛낭께요. 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인 Steve Cutts의 '인류, 사냥꾼의 역사' 함께 보실래요? 기가 맥힙니다. 여기에 여러분도 저도 나와요.
[드디어 둘째날 - 삶디투어 & 삶디복덕방 / 삶디벼리 꼼과 함께 @1층 복덕방]
"여기는 청소년만 올 수 있나요? 여기는 그냥 쓸 수 있나요? 우리 아이가 색칠을 좋아해요, 뭐 없을까요? 제 삶도 디자인할 수 있나요? 근데 화장실은 어디?" 개관주간 3일 내내, 1층 입구에서 한 분부터 수십 분까지 함께 지하부터 6층까지 삶디를 둘러보고 복덕방에서는 맞춤별 상담을 했지요. 지금도 투어와 복덕방 상담은 계속 됩니다. 궁금하면 참지 말고, 와서 보고 말 나눠요! (정해진 시간은 없고, 오시면 삶디 벼리 누구든 안내해드립니다)
[둘째날 - 일일직업체험 / 신용중 1학년 @삶디 곳곳]
노래를 만들어 녹음하고, 나무 썰고 깎아 다듬고, 글쓰고 그림그려 책 찍고(우아, 학교 영정사진은 첨 보네요). 신용중 1학년 노리(청소년)들이 삶디 곳곳을 즈려밟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을 삼아하는 이들과 만나 무언가를 해보았습니다. 음악프로듀싱, 목공, 바느질공예, 직조, 독립출판, 움직임, 놀이, 사진, 힙합, 요리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일직업체험' 짧지만 기분 좋은 시간이길, 다르게 사는 인생의 선배들을 확인할 수 있길, 그리고 삶디를 만만하게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삼일 내내 - 천가지 책 @2층 열린책방]
1000.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화개장터처럼 '시, 교육과 생태, 독립출판'을 주제로 책을 모트고 있는 열린책방에서 개관을 맞아 '교육공동체 벗'과 '민들레 출판사'의 책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광주에 있는 작은책방들이 추천한 독립출판물도 전시하고 팔기도 했고요. 위에 노리들이 만든 독립출판물도 걸어두었네요. (은근 인기 많음)
[둘째날 - 공동체 상영회 '다음 침공은 어디?' / 금남로대학과 함께 @5층 랄랄라홀]
행복에 겨운 트럼프를 바라보며 비탄에 빠져있을 마이클무어 감독께 심심한 위로를.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영화감독이자 애국자인 마이클이 미국에 꼭 가져가야만 할 것들을 이 나라 저 나라 댕기며 뺏어옵니다. 훌륭한 학교급식, 무지 긴 유급휴가. 다 말하면 재미 없으니. 어느 나라였나, 감옥이 천국같았던 그 나라는 정말 잊을 수 없네요. 사형제는 진즉 없어졌대요. 영화를 진하게 보고, 금남로대학에서 준비한 이야깃거리로 돗자리를 깔았네요. 진짜 공부를 실천하는 금남로대학도 참 매력이 흘러넘쳤고요.
[삼일내내 - 오픈하우스 @지하1층 생활목공방, 1층 살림공방]
손을 쓰는 매력. 손을 쓰고자 하는 본능. 삶디에 오는 많은 분들이 탐내는(꼭 이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공간입니다. 자투리 나무와 작은 천조각들로 생활에 쓸 물건들을 만들었고, 직조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작품도 만났지요. 하지만 딱 보면 친근한 생활예술. 그리고 토요일 오후엔 청소년 동아리 '유잼라이프'가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는 강렬한 주제로 '배움팅'을 했어요. 으뜨케 알고 많이들 찾아오셨드랬죠.
[셋째날 - Body O'clock @6층 몸짓작업장]
뻐.꾹. 내 몸을 깨우는 시간, 바디어클락. 10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내 몸과 움직임에 집중하기 위해 매주 두 번 만나고 있습니다. 개관주간 마지막 날에도 몸짓작업장에 모였고, 서로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되 자유롭게 움직여보기로 했지요. 이렇게 움직이면 온몸이 달구어지고 땀이 흠뻑 납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나의 몸짓이 신기하고, 다른 이의 체온과 호흡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푹 놓이는 경험. 여러분, 잠깐 눈 감고 나의 몸을 인식해보세요. 꼰 다리, 굽은 허리, 차디찬 손과 발, 기울어진 고개, 벌렁거리는 심장. 잠시 쫘악 힘 빼볼까요.
[셋째날 - 소리의 정원 @삶디 앞뜰 문화정거장]
삶디와 음악으로 친구하고 싶은 분들을 초대했고, 그들이 소리로 이 터를 축복하고 다져주었어요.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부터 머리 희끗한 충장로 멋쟁이들까지 이렇게 저렇게 편하게 앉아 쉬고 듣고 부르고 웃었네요. 삶디는 '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는 곳이에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모두의 부엌'에서 음악 친구들과 비빔밥 나누며 사흘 간의 손님맞이를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삶디 집들이는 계속 됩니다. 시내 오시믄 쉬러 들르셔요. 삶디는 이곳의 진짜 주인들을 지둘리고 있답니다! 노오랗게 물든 충장로에서 삶디 드림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hello@samdi.or.kr |
달마다 보내는 삶디센터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