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그 속엔 강요도 압박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매주 토요일, 삶디에 청소년운영위원 ‘삶디씨’가 와요.
바쁜 청소년들이 어떻게 매주 삶디에 올 수 있을까요?
그것도 정말로 기꺼이 말이죠.
지난봄, 삶디씨가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의에 들어간 적 있어요.
시끌시끌하며 여기저기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 보였어요.
"네가 말하고 싶은 거 알아. 그렇지만 내 말도 끝까지 들어줘"
"우리만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모두가 말할 수 있게 돌아가면서 하자"
그렇게 많은 말들은 하나씩 정돈이 됐고, 지금은 그 작은 약속들이 모여 신뢰가 됐어요.
어느 날, 벼리 하이를 찾은 삶디씨.
"하이, 저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달, 또 다른 삶디씨가 하이를 찾아와
"저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활동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했어요.
고심 끝에 하이는 잠시 쉬는 것을 공식적으로 결정했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혼자서 그리고 함께 견디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했던 일들이
“이것도 안되네, 저것도 안되네”로 바뀌었죠.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삶디씨는 목표를 수정했고 해야 할 일에 집중했어요.
지난여름부터 모니터링을 해온 삶디씨는
이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임기의 끝에서
제안사항을 정리하는 활동만을 남겨두고 있어요.
올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삶디씨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건
개인의 삶의 리듬을 존중하고 서로를 위한 규칙이 안전망이 되어서이지요.
또한 무엇보다 계획했던 것이 때로는 바뀌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기에
삶디에 오는 발걸음이 언제든지 기꺼이 내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갑자기 추워진 가을, 우리도 겨울을 기꺼이 맞이하기로 해요 :)